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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을 하고 있는 23세 김 모 군은 오늘도 MP3 player를 통해 록음악을 들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OO빌딩으로 배달을 가고 있다. 도로 주변의 자동차 소음 때문에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음악소리가 묻히자 볼륨을 한껏 높인 후 노래를 흥얼거리며 질주를 계속한다.”
일반적으로 소음이란 원하지 않거나, 생활이나 감정을 괴롭히는 모든 음을 총칭하는 것이지만, 청각학에서는 청력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과도한 크기의 모든 음을 소음으로 취급한다.
23세 김 군이 느끼기에는 주변의 자동차 소리가 소음이겠지만 의학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소음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큰 음악소리이다.
 생활 속 곳곳이 자리잡은 소음
최근에는 산업현장에서 뿐 아니라 비행기, 지하철, 버스, 기차, MP3 player 등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소음으로 인하여 청각 장애가 발생되고 있고,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음과 난청과의 연관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왔으며, 유럽에서는 보일러공에게 난청이 자주 생기는 현상 때문에 「boilermaker deafness」라는 용어가 1700년대 이후부터 노동자들에서 흔히 생기는 고주파 난청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음성 난청이란 수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또는 단속적인 높은 소음에 노출되어 생기는 난청을 지칭한다. 큰소리로 인한 소음성 난청의 특징으로는 양측성으로 생기며, 청력신경의 능력이 저하되는 감음신경성 난청의 형태를 띠고 고주파영역의 청력이 더 쉽게 나빠진다. 또한 지속적인 소음이 단속적인 소음에 비해 더 심한 난청을 유발한다.
불도저 소리보다 높은 이어폰 음악소리
일반적으로 dB이라는 단위는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큰소리라는 의미이며, 매일 85dB 크기의 소리를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소음성 난청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통 불도저 옆에서 나는 소음은 85dB정도이고 지하철은 90dB,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5레벨 정도는 100dB에 육박하며 최대음량은 110dB을 상회한다. 100dB의 소리를 2시간씩 듣게 되면 소음성 난청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동일한 소음의 노출 시에 여자보다는 남자가, 비흡연자보다는 흡연자가 소음성 난청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보고도 있다.
직업과 관련되지 않은 생활 소음에는 사격, 콘서트장, 무도회장, 음악 감상과 같은 개인 취미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이중 특히 휴대용 MP3 player, DVD player, DMB 휴대폰 등은 젊은 층에서 오랜 시간 자주 사용되며,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가 주변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볼륨을 높여 사용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휴대용 음향기기의 경우 주변소음이 높은 상황(진공청소, 오토바이 운전, 기계작업 등)에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여 듣게 되면 자연적으로 소리의 출력을 높이게 된다. 이어폰을 사용하여 음악을 들을 때 볼륨을 습관적으로 높이는 것,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게 듣는 행동, 1시간 이상 계속해서 듣는 습관 등은 소음성 난청의 가능성을 높이는 좋지 못한 사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소음성 난청의 예방을 위해 현재 휴대용 MP3 player의 최대출력을 100dB 이하로 낮추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애플사의 iPod의 경우에도 2006년 초에 최대 볼륨을 설정하여 그 이상의 큰소리로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볼륨제한 기능을 추가하였다.
치료가 없는 소음성 난청, 예방은 가능
큰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이 최근 들어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에서 한 두 단어씩 놓치는 일이 늘어난다든지, 주변사람이 느끼기에 TV 볼륨을 크게 한다든지, 언젠가부터 귀에서 ‘삐’ 하는 잡음(이명)이 느껴지면 소음성 난청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미 청력의 변화가 생긴 소음성 난청의 치료법은 아직 없는 실정이며,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이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은 큰소리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는 것으로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음악 감상을 위해 오디오나 MP3 player를 자주 듣는 사람은 볼륨을 적정수준으로 낮추어 들어야 하며, 직업상 큰소리를 피할 수 없는 사람은 귀마개와 같은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큰소리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통하여 지속적인 예방과 관리에 필요한 정보 및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오늘도 열심히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있는 김 군은 청력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 운전 중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되도록 음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소음성 난청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삼성생명 건강클리닉 칼럼(정재윤: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