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최종적인 고통은 결국 개개인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이 고통의 기간을 어떻게 감내하며 이겨나갈 것인가다.
정부라면 증세나 국채발행, 기업이라면 감봉과 감원 같은 해법이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개인이나 가계는 그 고통을 어떻게든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물론 안빈낙도(安貧樂道)처럼 고상한 대응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무나 범접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결국은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살 만한 약 5%의 상위계층을 제외한다면, 가족 구성원 중 더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벌이를 유지하거나 늘리든지, 씀씀이를 줄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장성해서도 제 용돈 벌이조차 않는 자식이 있다면 엉덩이를 차서라도 내보내야 하고,자식에 대한 과잉기대나 남의 눈 때문에 비싼 사교육에 해외 어학연수 등을 시키느라 등골 휘는 부모가 있다면 차제에 정리를 심각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팔지도 못할 집 한 채나 반 토막 난 주식·펀드 같은 자산 자꾸 들여다보지 말고 매달 들어오는 수입에 맞춰 살아가는 방법을 차제에 심각히 생각해봐야 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은 네 꼬라지를 알라는 식의 비아냥도, 계층구조의 고착화를 노린 봉건적 사고방식의 잔재도 결코 아니다. 분수에 맞춰 살자는 당연한 생활철학이다. 그래서야 사는 재미가 없지 않으냐는 사람도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STRESS)로 풀라는 처방이 있다.
-운동(Sports)을 하고,
-여행(Travel) 다니고,
-오락(Recreation)도 즐기고,
-잘 먹고(Eating),
-잘 자고(Sleeping),
-많이 웃고(Smile) 살라는 얘기다.
마지막 S 두 글자로는 노래도 흥얼거리고(Singing), 대화를 많이 나누고(Speaking) 하는 것도 좋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거나(Study), 봉사(Serve)를 통해 즐거움을 배가할 수도 있겠다.
어려울수록 사는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것도 하려면 돈 들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골프나 헬스클럽만 운동인 것도 아니고, 해외나 적어도 제주도는 가야 여행인 것도 아니다. 배드민턴 라켓이나 축구공 들고 운동장에 나가는 것도 운동이고, 웬만한 도시면 다 있는 ○○팔경(八景)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이다. 맛집 순례만 잘 먹는 게 아니고, 집에서 남편이나 자녀가 둘둘 만 김밥도 함께 맛있게 먹으면 잘 먹는 거다.
어려울 땐 어려운 대로, 셈이 풀리면 또 셈이 풀린 대로 분수에 맞춰 사는 것을 새겨두는 게, 앞으로 닥칠 험한 시기를 헤쳐나가는 단순하지만 필요한 준비가 아닐까 싶다.
자료 : 박태욱 논설실장/중앙일보 |
